피스모모 10주년 기념 회원 인터뷰 #3바람 회원 날이 부쩍 추워진 12월의 오후, 피스모모 사무실에서 바람님을 만났어요.꽁꽁 얼어 있는 공기를 존재만으로 따듯하게 데워주는 바람과 피스모모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따듯한 물 한 잔이면 충분하다며 웃어보이는 바람 회원님 ⓒ피스모모 가연(이하 가):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바람(이하 바): 안녕하세요. 영유아 대상 교육기관에서 17년 동안 일한 교사 바람입니다. 12월부터는 일을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자 계획하고 있어요. 가: 한 가지 일을 17년이나 하시다니 정말 대단해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일을 하며 지나 온 17년이라는 시간 동안 혹은 바람의 삶 전체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워드가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한 두개 말씀해주세요. 관심사도 괜찮아요. 바: 다정함이요. 저는 다정함이 세상을 이길수 있다고 생각해요. 세상에는 굵직한 사건 사고들이 너무 많은데, 작은 것들이 빛을 발한다면, 그러한 세상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될 것 같거든요. 또, 옆에 있어주기도 떠오르네요. 이렇게 말하다 보니 저에게 필요한 것을 키워드로 말한 것일수도 있겠어요. 가: 다정함과 옆에 있어주기. 말만 들어도 참 따뜻해요. 그럼 피스모모와의 만남도 '다정함'으로 기억되시나요? 언제 처음 피스모모를 만나셨어요?바: 대훈의 강의였어요. 제목은 생각안나는데, 사람과 사람이 서로 만나서 어떻게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는지를 주로 다루었던 강의었어요. 그 때 제가 맨 앞에 앉았었는데, 대훈 눈에는 제 눈이 반짝반짝해 보이셨나봐요. 계속 질문을 하셨어요. 당시는 제가 주변 사람과의 관계와 소통을 고민하던 때였는데, 그래서인지 수업에 쑥 빨려들어갔어요. 강의가 끝나고 나서 대훈은 어떤 활동을 하시는지 여쭈었더니, 피스모모를 소개해주셨어요. 그 때부터 피스모모는 뭐하는 곳인지 찾아보았죠. "평화교육? 평화를 '교육'하는 구나"라는 새로운 영역을 알게되었어요. 그러다가 2018년 평화교육 입문과정 참여를 시작으로 5년 동안 피스모모의 교육을 열심히 들었던 것 같아요. 가: 피스모모를 통해 평화교육을 처음 만나셨을 때 어떠셨어요? 바로 이해가 되던가요? 바: 평화교육은 제가 전혀 모르는 분야였어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시선을 접하니 처음에는 좀 어색하고 어려웠어요. 특히 '탈분단' 이런 단어가 굉장히 어렵게 느껴졌지요. '여기는 통일을 원하는 건가?'생각하기도 했죠. 그러다가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삶이 바뻐서 보지 않던, 하지만 늘 친밀하게 붙어있던 분야가 평화교육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평화교육은 관계에서 시작하는 것이잖아요. 사람을 관찰하고, 이야기를 들어보고 마주하는, 그리고 다른 시선을 비판하지 않고 모두가 모두에게 배운다는 키워드가 평화교육의 핵심인 것 같아요. 서로 달라서 불편하지만 불편하다고 폭력적으로 말하고 무력을 사용하면 안되잖아요. 그러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우리에게 힘이 없는 것은 아닌가' 여러 고민도 하게 되고요. 가: 피스모모에서 배운 평화교육을 교육 현장에 접목시고자 시도해보신 경험이 있으신가요?바: 아이들이 일상에서 무심코 접하는 폭력성등을 낯설게 보도록 질문했던 것 같아요. 아이들이 영상을 자주 보는데요. 그런 영상 콘텐츠에는 적이나 악이 있고 무기가 있어요. 그러면서 착한 사람들이 무기를 가지고 악을 처치하고 평화를 가져왔다는 것을 영상에서 자연스럽게 보여주죠. 대화나 소통이 아닌 무력으로 말이에요. 장난감도 마찬가지에요. 장난감을 가지고 역할 놀이를 하면서 공격을 하듯 노는 것이 태반이죠. 교육 현장에서 부모교육이나 부모모임을 조직하며 일상의 폭력성을 생각해보자고 주제를 던졌어요. 그렇게 여러 번 질문을 던지고 이야기를 나누니 책이나 놀이감에 대해 학부모가 한 번 더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더라고요. 아이들에게는 '왜 공격하며 놀아야 하나'에 대해 주춤하는 시간을 갖도록 제안했어요. 이야기를 전환하고 질문하는 일도 많이 했어요. 문제는 공격하고, 변신하고, 누군가를 적대하는 이야기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이러한 이야기들을 이기려면 새로운 소재와 언어, 대안이 필요하다는 거에요. 일상에서 쓰이는 폭력적이고 경쟁적인 언어, '빨리 빨리' 와 같은 말들을 그때 그때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의 언어를 생성하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부지런히 해볼까'처럼요. 가: 매우 의미있는 지점인 것 같아요. 저 또한 양육자의 입장에서, 폭력적인 묘사가 포함된 콘텐츠들을 제한하지만 그것을 대체할 만한 대안의 콘텐츠가 부족한 것을 절실히 느끼거든요. 대안의 언어와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을 어디서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요?바: 일단 교사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 자료를 축적하고, 실제 현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단어나 문장 리스트를 배포하는 것을 생각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가 연대하여 해야하는 일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 다음에는 양육자들, 아이들을 많이 만나는 사람들, 교사들과 함께 나도 모르게 툭툭 나오는 단어들을 바꿔내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교사들의 교육관에 이러한 대안이 스며들게 하기에는 자료가 부족한 실정이라, 일을 쉬면서 대안을 위한 생각들과 자료들을 정리하고자해요. 가: 바람이 앞으로 만들어 갈 동력들이 매우 기대가 되네요. 피스모모의 지난 10년에 바람의 시간이 곁들여질 수 있어 참 행운이에요. 10년을 지나온 피스모모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바: “버텨줘서 고맙다! 여기까지 잘 온 것 같아. 이 길이 맞는 것 같지?” 10년이라는 세월은 ‘이 길이 내 길이 맞나’ 생각해보는 시간들인 것 같아요. 이 길이 맞다고 확신하기 까지 너무 힘든 시간이 있었을텐데요. 저도 그랬고요. 제가 교사로 일한 지 10년이 되었을 때, 스스로에게 잘 버텼다고 이야기해줬어요. 피스모모에게도 잘 버텼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가: 정말 다정한 말이네요, 바람. 그렇다면, 스무살 된 피스모모는 어떤 모습이기를 바라시나요?바: 소설 모모의 ‘모모’처럼, 늘 그 자리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존재이면 좋겠어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피스모모’라는 말만 들어도 ‘아, 거기’ 할 정도로 잘 알려지면 좋겠어요. 바람은 피스모모라고 하면 꽃과 이름표와 옹기종기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떠오른다고 했다. 피스모모 교육장으로 가는 길에 따듯하게 새어나오는 빛 줄기도 영상처럼 펼쳐진다고. 또 , 강의실에서 만나는 대훈의 흰 머리칼이 ‘나이를 먹어도 사람들과 잘 소통할 수 있어’를 말해주는 것 같아 위안이 된다는 바람. 피스모모의 환대와 다정함을 그대로 닮아있는 바람 회원님이 있어 참 다행입니다.앞으로도 서로 깊이 스며들어요. 환대와 다정함이 깃든 교육활동에 관심 있으시다면,피스모모 회원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