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모모 10주년 기념 회원 인터뷰 #4김세진 회원 (경기평화교육센터 교육차장) 평일 낮, 대학로의 한 조용한 카페에서 김세진 회원님을 만났습니다.피아노 선율이 울려 퍼지는 우아한 분위기와 너무 잘 어울리시는 것 있죠.우아함에 쾌활함 한 스푼 더하며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해사한 미소의 김세진 회원님 ⓒ피스모모 영철(이하 철):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김세진(이하 진): 대학로에 살고 있고요. 11살 예쁜 딸을 키우고 있고, 남편하고 알콩달콩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는 김세진입니다. 저는 그냥 사회에 되게 관심 많은 사람이에요. 그런데 막 앞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무언가를 하기에는 용기가 부족해서요. 소소하지만 제 나름대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꾸준히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에요. 철: 꾸준히, 열심히, 노력하는 게 제일 어려운데 그 단어들이 잘 어울리셔요. ‘할 수 있는 것’ 중에서도 구체적으로 교육 현장에 계신데요.진: 오랫동안 교육에 관심이 많았어요. 대학교 졸업하면서부터 “밝은 어린이를 위한 연구회”라는 대안교육 현장에 있었어요. 약 7년 정도. 되게 특이한 유치원인데 유치원이라고 부르지는 않는 곳에서 교사 생활을 했거든요. 아이들을 만나며 무언가 같이 하고 그 과정이 사회와도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좀 더 실천적인 사람이 될 수 있던 시간이었어요. 앞으로도 이런 활동을 꾸준히 하고 싶다고 확신할 수 있었고요. 교육을 통해 저와 만나는 사람들이, 거창하지는 않더라도 자극과 배움을 통해 아주 작게라도 변화할 수 있다는 게 재미있고 좋아요. 제가 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철: ‘운동으로서의 교육’에 대해 저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매번 학생분들을 만나는 교육공간이 곧 운동의 현장이고, ‘투쟁적’인 것만이 운동의 방식은 아닐 테니까요. 그런데 대안교육 현장에 계시다가, 현재는 평화·통일교육 단체에서 활동하고 계신 흐름이 궁금해요.진: 그러게요. 돌아보면 대학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아요. 제가 운동권 동아리에 있었거든요. 활동하면서 너무나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내용적으로도 자연스레 통일에 대한 생각을 쌓아온 것 같아요. 결국 우리 사회에서 겪는 수많은 구조적인 문제들이 통일과 연결되어 있더라고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 통일운동은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해왔어요. 그러면서도 데모 나가는 건 싫어해서 피해 다녔어요. 저한테 맞는 방식은 아닌 것 같았거든요. 저는 막 앞에 나서서 투쟁하거나 데모하는 역할은 잘 못 하니까 그러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들을 해야겠다 싶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통일했으면 좋겠고, 남과 북이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제 생각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설득하거나 강요할 생각은 없어요. 다만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면서 무조건 북을 악마화하거나 적대시하거나,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의 대화를 닫아버리는 상황이 많이 안타까워요. 그런 것들을 넘어서고자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자고, 신념을 가지고 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일하고 있어요. 철: 그렇게 활동하시다가 모모를 처음 알게 되신 건 언제세요?진: 처음 알게 된 건 꽤 됐어요. 제가 평화통일교육에 관심이 있으니까 이리저리 찾아봤거든요. 강의식보다는 직접 체험하고, 활동하면서 체득하는 활동을 좋아해서 더 눈에 띄었던 것 같아요. 물론 교육뿐 아니라 다양한 활동들을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관심만 가지고 있다가 저희 센터에서 운영하는 워크숍에 외부 강사로서 초대 드렸어요. 그때 대훈이 오셨지요. 피드백은 너무 좋았다고 하는데, 정작 저는 참여를 못 했어요. 더 궁금해지더라고요. 이후 계속 피스모모에서 하는 활동들을 찾다가, 지금 당장 제가 참여할 수 있는 성격인 육아모임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만나게 된 것 같아요. 생태적 삶과 육아, 페미니스트로서의 육아 등 워크숍도 있었고 올해는 동화책 만들기도 함께 했지요. 코로나 이후여서 온라인으로 만나는 시간이 더 많았는데, 피스모모의 환대하는 분위기, 신경 써주시는 마음이 편안하고 좋았어요. 그래도 좀 더 대면해서 만나는 시간과 기회가 더 있으면 좋겠어요. 철: 그런 흐름에서 '평화교육진행자되기 과정'도 참여하시게 된 거네요.진: 네, 처음부터 제일 궁금했던 게 그 프로그램이기도 했어요. 활동하면서 많이 지쳐있던 상태에서 참여하게 된 거였거든요. 주말마다 몸을 움직이는 게 피곤하기도 했지만, 저를 돌아보고 내다보는 치유의 과정이었어요 저에겐. 같이 참여하셨던 선생님들이 나눠주신 경험이랑 생각도 너무 새롭고 좋았어요. 들으면서 제 활동이랑 삶을 돌아보게 되고, 고민이 서로 연결되고 그러면서 깨닫고 확장되고, 힘 받기도 했고요. 한 마디로 너무 필요하고 신선한 자극을 만났던 것 같아요. 저는 그런 자극과 주기적으로 만나야 생기가 돌고, 여러 경험한 것들을 모아놨다가 적절한 때에 꺼내서 쓰는 편이거든요. 철: 그런 자극을 주기적으로 접하는 건 중요한 것 같아요. 근데 활동하면서 다른 단체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진: 네. 맞아요. 저도 사실 타 단체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나 모임 같은 거를 참여할 엄두를 잘 못 내거든요. 정말 물리적으로 체력이나 시간이 안 되어서 쉽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피스모모는, 제 느낌상 부담이 덜 느껴져요. 막 필수적으로 해야 하고 이런 게 아니라, 부담 없이 편하게 가능한 만큼 참여하고 기여하면 된달까요. 그리고 한 번 불참한다고 해서 너무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게끔 분위기를 만들어주시잖아요. 숨통이 트여요. 그래서 계속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피스모모는 확실히 그런 매력이 있어요. 제가 모모를 만나면서 경험한 것들을 센터에서 얘기 엄청 많이 하거든요. 저는 저희 센터와 저희 선생님들 너무 좋아하고, 너무 열정적이라서 좋으신데, 뭐랄까 약간 딱딱한 느낌이 있어요. 피스모모에서 배워야 할 것 중 하나로 이렇게 풍기는 분위기를 이야기해요. 평화교육진행자되기 과정에서도 느꼈던 것이 환대의 경험, 이게 정말 중요한 건데 많이 놓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새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진심이랑 애정을 담아서 맞이하는 것이요. 저희 센터분들이 일에 열정이 없고 진심이 없고 이런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인 차원인 것 같아요. 변화하고 싶은데 쉽지 않더라고요. 결국 사람이 중요하다고 계속 강조하면서 노력하고 있긴 해요. 철: 회원님이 관찰하고 나눠주시는 모모의 모습이어서 더 특별하네요. 그렇게 10년을 활동해온 피스모모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이 있으실까요?진: 평화에는 종착점이 없잖아요. 계속 만들어가고, 더 나아지게 하는 과정이잖아요. 평화에 끝이 없는 것처럼, 피스모모의 활동도 10년을 넘어 끝없이 이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고 의미를 확장해가면서요. 우스갯소리로 경기평화교육센터의 최종 목적은 “우리 센터가 없어지는 거야.”라는 얘기를 하거든요. 그런데, 왠지 모르게 피스모모는 없어지면 안 될 것 같아요. 더 많이 더 오래 끝없는 활동 부탁드려요. 저주하는 거 아니예요.(웃음) 철: 좋은 부담감이 생기네요. 그러면, 앞으로 쭉 이어갈 모모의 활동에서 기대하시거나 같이 하고 싶은 것이 있으시다면요?진: 저는 매번 모모레터 보내주실 때마다 항상 깜짝 놀라요 진짜로.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시지, 어떻게 이렇게 표현하시지, 메시지는 명확한데 온기가 느껴지는 내용을 보면서 특히 더 감탄해요. 평화, 통일 등 비슷한 것들을 바라보는데 담아내는 게 너무 다른 거예요. 되게 감동하면서 챙겨보고 있어요. 사실 원체 너무 활동을 잘하고 계시니까, 지금처럼 쭉 이어가면 좋겠어요. 너무 믿고, 지지하고, 응원하고 싶어요. 앞으로 함께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저는 어쨌든 통일을 지향하는 사람이거든요. 될지 안 될지는 모르지만요. 그런데 피스모모에서 통일을 바라보는 입장은 좀 다르잖아요. 하나로 합의하지 않아도 괜찮지만, 통일운동 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는 자리가 더 있으면 좋겠어요. 비슷한 방향성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을 것 같거든요. 저는 통일운동 하는 분들과 평화운동 하는 분들이 서로 적대시하는 느낌을 받을 때 안타까워요. 분명히 만나는 지점도 있고, 같이 해볼 수 있는 것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좀 더 구체적으로 모색해보고 싶어요. 철: 저는 적대시한다기보다는 굳이 같이할 것이 많지 않다거나, 서로의 우선순위에서 뒤에 있는 정도로 감각되는데, 어떤 면에서는 확실히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통일하지 말자는 거야?” 물어보시는 분들도 꽤 많지요.진: 그게 너무 속상한 거예요. 왜 그렇게 받아들일까요. 저는 각 단체나 운동 진영에서 개별적으로 하는 것들에는 한계가 있고, 그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함께 연대해야 하는 부분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통일하자는 거냐-말자는 거냐, 평화운동단체냐-통일운동단체냐, 이런 구분을 넘어서 서로가 가지고 있던 틀을 깨는 순간들이 필요한 것 같아요. 철: 가지고 있던 틀을 깨는 것. 중요한 것 같아요. 잘 깨고, 서로 깨주기도 하고. 모모 교육에서의 낯설게 하기 페다고지와도 연결돼요.진: 맞아요. 교육에서 저를 만나는 사람들이, ‘내가 맞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 정도 이렇게 의문점 또는 호기심을 가지고 가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으로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하곤 해요. 낯설게 하기. 지향으로서는 너무 좋지만, 김세진 회원님은 종종 박쥐 같은 느낌을 받으실 때가 있다고 해요. 통일을 바라는 곳에서 일하시면서도, 피스모모에서 하는 이야기들도 너무 동의가 되고 관심 있으시니까요. 애매한 중간 포지션에서 이도저도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신다는 거죠. 틀을 깨는 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틀을 깨기 어려운 순간을 바로 나눠주시는 솔직한 모습이 참 소중했어요. 흔히 부정적인 의미로 ‘회색분자’, ‘박쥐’라고 하는 존재들이 더 많아지고, 의미를 재전유하는 사례도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꽤 건강한 상태에 계신 것처럼 느껴졌답니다. 고민의 과정에 의미부여하고 축하하며,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 갈 것을 기대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습니다. 통일교육과 평화교육. 그 사이/안팎의 어딘가에서 같이 고민하고 싶으시다면,피스모모 회원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