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모모 10주년 기념 회원 인터뷰 #2조미수 회원 (TEPI 연구위원) 피스모모 사무실에서 만난 오랜 벗, 조미수님 ⓒ피스모모 가지(이하, 가):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조미수(이하, 조): 이름은 조미수이고 재일동포 3세예요. 한국엔 2013년 성공회대 MAINS(Master of Arts in Inter-Asia NGO Studies)에 공부하러 왔어요. 공부가 끝나고 대학에서 연구원겸 NGO 사무국에서 일하면서 한국에 정착하게 되었어요. 지금은 한국어-일본어 신문 번역과 라디오 일본어 방송 MC를 하고 있어요. 또한 일본에서 평화와 교육에 관심있는 활동가, 교사, 그리고 일반 시민들을 연결하는 코디네이터 일도 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한국을 방문한 분중에 한 분이 미카라는 친구예요. 미카는 피스모모의 활동을 겸험하자마자 푹 빠져 꼭 한국에서 모모 활동을 더 배우고 싶다며 인턴으로 신청하기도 했어요. 피스모모에서는 TEPI(Trans-Education for Peace Institute)의 연구위원으로 평화교육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데, 재일조선인의 시야에서 봤던 한국 사회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발표도 했어요. 마지막으로 모모와의 인연으로 세월호 가족분들이 운영위로 활동하시는 4.16 기억저장소에서 '단원고 4.16 기억교실 민주시민교육'을 함께 진행하고 있는데, 안산에 사는 시민으로서 의미있는 일인 것 같아요. 가: 피스모모는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조: 대학원을 다니면서 대훈(피스모모 평화/교육연구소(TEPI) 소장)이 저에게 피스모모를 소개해 주셨어요. 마치 평화운동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단체처럼요. 그래서 2014년 모모평화대학에 처음 참여하게 되었는데, 학교에서 듣는 강의와는 전혀 달랐어요. 일방적인 전달형 강의가 아니었어요. 평화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며 깊게 이야기할 수 있어서 감동을 넘어 완전 제 마음에 쏙 들었어요. 그때 이후로 피스모모의 모든 행사에 관심을 가지고 따라다니게 된 것 같아요. 가: 어떤 감동이었을지 가늠해보게 돼요. 좀 더 구체적으로 피스모모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와 닿으셨어요?조: 어떤 것이 좋다 딱 하나를 뽑는게 너무 어려운데요. 음... 평화운동하면 전쟁을 반대하는 모습이 곧 떠오르곤 했어요. 사람들이 모여서 주먹을 들고 반전구호를 외치는 그런 모습이요. 그런데 피스모모에서는 평화를 하나의 정답으로 규정하지 않고 스스로 질문을 해가면서 계속 찾아가게 하는, 그래서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서로 대화하며 찾아가려는 그런 접근 방식이 새로웠어요. 그래서 평화가 어렵고 멀리있는 것이 아니라 저의 일상에 더 가까이 다가왔어요. 가: 그런 피스모모를 정의해주신다면요? 피스모모는 OO다!조: 저에게 피스모모는 "이해를 아주 아주 잘 해주는 친구"예요. 제가 고민을 하거나 답을 못 찾아서 답답할 때도 있는데, 피스모모는 답을 내주는 것이 아니라 곁에 있어주고 같이 고민해 주고 움직여주는 친구같은 존재예요. 저에게 정답을 주지는 않지만 '낯설게 하기'로 질문을 던져주고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존재예요. 그리고 피스모모는 '트랜스'해 가려는 단체이기도 해요. 단지 잠깐의 변화로만 머물러있는 것이 아니라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가려는 곳이요. 물론 한 발 뒤로 가거나 옆으로 갈 수도 있지만요. 머물러 있지 않고 더 나아가려는 단체인것 같아요. 그안에서 저도 트랜스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기도 합니다. 가: 같이 '트랜스'한 시간이 어느덧 8-9년이에요. 그동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나눠주시겠어요?조: 'TRANS-' 카페가 생각이 나요. 모모에서 카페를 운영한 적이 있는데, 그때 저도 지기(카페업무하는 사람을 지칭함)로서 함께 했었어요. 트랜스는 혁신의 장소였어요. 모든 메뉴를 비건으로 바꾸고 텀블러 소독함을 만들어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게 하는 것을 어느 누가 생각 했겠어요. 머물러있지 않고 조금 더 나아가려는 모습이 방금 전에 했던 이야기와도 맞물려 있네요. 트랜스하는 것이 쉬운 것만은 아니었어요. 트랜스 지기로 만난 사람들의 개성이 모두 달랐고, 그것을 통해서 저를 알아가는 시간이 되기도 했어요. 저는 어떤 것이든지 똑바로 두지 않으면 그걸 보지 못하는 사람이었어요. 피스모모에서 '뭐든지 괜찮아' '천천히 해도 괜찮아' 이런 거랑 전혀 다른 방향인 거죠. 정해진 시간대로 움직여야하고 가로, 세로 줄이 잘 맞춰져 있어야하는 정말 근대적 사업방식이 저의 몸에 배어있었던 것 같아요. 한번은 트랜스에 출근했는데 테이블이 삐뚤어져 있어서 제가 바르게 정리했어요. 그런데 그건 다른 지기님이 테이블을 비스듬히 세팅하는게 예쁘다고 생각해서 배치하신 거였어요. 하지만 저는 제 방식이 더 옳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테이블을 세팅한 분의 느낌이나 의견을 묻지않고 저의 생각이 더 옳다고 생각하고 정리해버렸어요. 한 번쯤 그분의 의견을 물어보고 다른 시각으로 볼 수도 있는데 말이죠. 트랜스는 정말 트랜스하는 곳이었어요. 그곳에 모인 사람들 모두 생각이 달라서 서로의 고집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많이 가졌어요. 트랜스를 총괄했던 펭펭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여러 사람의 의견을 배제하지 않고 포용하면서도 결정을 해야하는 자리였고,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앞에서도 평화의 가치를 추구하고 실현하는 공간이 트랜스였어요. 그 속에서 저의 보수적인 면을 발견하고 저도 더 트랜스하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아요. 평화를 실천하는 것은 개개인이 트랜스하는 과정을 넘어서서 사람들 속에 들어가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 같아요. 카페의 언저리에 누구나 앉을 수 있는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나 길고양이 밥을 챙겨줄 수 있는, 이런 것들이 평화의 실천과 연결되기도 하더라구요. 그래서 평화 실천이라는 것은 어떤 면에선 정말 번거로운 것, 그래도 번거롭지만 정말 필요한 것이죠. 가: 10년이 된 모모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조: 동화책 "모모"에서 몸집이 작은 아이가 세계를 상대로 저항한 것처럼 피스모모는 작은 단체지만 모두의 평화를 위해서 엄청나게 큰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아마도 올해보다 내년, 한해 한해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 머물러 있지 않고 어떻게든 변화할 거고 예상할 수 없는 일들로 채워나갈 것이기에 기대가 많이 되어요. 그래서 때로는 엄마처럼 걱정을 하게 되어요. 저만이 아니라 모모 회원들 모두 걱정한다고 생각해요. 모모 활동가들이 밥을 챙겨 먹고 있는지, 쉬어가고 있는지 등이요. 저는 개인적으로 오래오래 피스모모와 벗으로서 함께 있고 싶어요. 요즘 같이 정말 예측 불가능한 시기에 되게 많은 단체들이 사라져 버리기에 피스모모는 오래 함께 있어주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피스모모가 '단체'로서 형식을 갖추고 지켜주라는 의미는 아니고요. 피스모모가 10년동안 에너지를 들여 만들었던 평화의 문화가 좀 더 많은 곳으로 퍼졌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시간이 지나서 "나도 모모했어", "나는 모모하고 있는데..."와 같은... 모모라는 어떤 고유 명사가 생활속에 녹아있으면 좋겠어요. 가: 마지막으로, 모모에게 바라는 점을 말씀해주세요!조: 2-3년 동안 코로나로 인해서 비대면이 많았어요. 그래서 만나지 못했는데, 요즘은 만날 기회가 조금씩 늘고 있으니까 대면으로 만날 기회가 많았으면 해요. 그래서 만나는 자리를 많이 만들어주세요. 얼굴도 보고, 서로의 안부도 묻고 평화를 실천하기 위해서 더 많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시면 좋겠어요. 함께 '트랜스'하는 공동체. 모모가 궁금하시다면,피스모모 회원되기